Palacio Duhau - Park Hyatt Buenos Aires
부에노스아이레스 Buenos Aires 카테고리 7
숙박 후기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오게 된 건 계획에 없던 일이다. 멕시코에서 월드컵 경기를 본 뒤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이 마땅치 않아, 이참에 중남미를 돌아 유럽을 거쳐 인천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그 길목에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있었고, 묵을 곳은 팔라시오 두아우 – 파크 하얏트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정했다.
저택과 별관
이름의 '팔라시오'는 궁전처럼 들리지만 왕실이 아니라 한 가문의 저택이었다. 대지주 두아우 가문이 20세기 전반 파리의 샤토 뒤 마레를 본떠 지은 신고전주의 저택이 호텔의 본관이고, 정원을 사이에 두고 새로 지은 별관 포사다가 붙어 있다. 내가 배정받은 방은 본관이 아니라 포사다 쪽이었다.
아침
아침은 뷔페가 아니라 알라카르트로 주문한다. 메뉴 구성이 세련되고 맛도 좋았다.
레콜레타
호텔은 고급 주거지 레콜레타의 알베아르 대로에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왜 '남미의 파리'라 불리는지는 호텔을 나서 몇 블록만 걸어 보면 안다. 프랑스풍 저택과 대사관이 늘어선 거리 자체가 근사하다.
호텔에서 조금만 걸으면 라 레콜레타 묘지다. 동네 이름의 유래가 된 레콜레토 수도회의 수도원 정원 자리에 만든, 이 도시의 첫 공공묘지다. 안으로 들어가면 대리석 납골당이 골목처럼 이어지고, 에바 페론은 친정인 두아르테 가문의 묘에 잠들어 있다.
같은 동네의 산타페 대로에는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가 있다. 옛 극장 그랜드 스플렌디드를 서점으로 바꾼 곳으로,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유성 영화를 상영한 극장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화가 나자레노 오를란디가 그린 천장화 아래 객석 자리에 서가가 놓였고, 무대는 카페가 됐으며, 발코니 박스석은 책을 읽는 자리로 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자주 소개되지만, 직접 가 보니 생각보다 볼 것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사진 한 장 남기러 들를 만하다.
묘지에서 더 걸어가면 바리오 파르케, 흔히 팔레르모 치코라 부르는 부자 동네가 나온다. 조경가 카를로스 타이스가 설계해 바둑판 대신 둥글게 휘어지는 길이 이어지고, 큰 저택과 대사관이 모여 있어 동네 전체가 닫힌 작은 도시처럼 보인다. 피터 틸이 집을 산 동네로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이 일대의 카페를 하나씩 들르며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시내 쪽으로
시내에서는 오벨리스코부터 봤다. 누에베 데 훌리오 대로와 코리엔테스 대로가 만나는 공화국 광장 한가운데 선 높이 67.5미터의 흰 탑으로, 도시가 처음 세워진 지 400주년을 기념해 올렸다. 아르헨티나 국기가 이 도시에서 처음 공식으로 게양된 성당이 있던 자리이고, 축구 대표팀이 우승하면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마요 광장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성당은 안까지 들어가 봤다. 정면의 신고전주의 기둥 열두 개는 예수의 열두 제자를 뜻한다. 안에는 독립 영웅 산마르틴 장군의 영묘가 있고, 그가 창설한 기마 척탄병 연대의 병사들이 입구를 지킨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이 되기 전 대주교로 미사를 집전하던 성당이기도 하다. 광장 맞은편에는 분홍색 대통령궁 카사 로사다가 서 있고, 누에베 데 훌리오 대로와 벨그라노 대로가 만나는 모퉁이에는 높이 35미터짜리 메시 벽화가 마라도나 벽화와 마주 보고 있다.
파리야 페냐
아르헨티나에 왔으니 스테이크는 먹어야 했다. 찾아간 곳은 산니콜라스의 로드리게스 페냐 거리에 있는 파리야 페냐다. 이름난 옛 파리야 바친에서 일하던 웨이터 두 사람이 차려 수십 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는 가족 경영 식당으로, 빵 바구니와 함께 엠파나다를 서비스로 내준다. 비페 데 초리소와 오호 데 비페 같은 부위를 주문을 받은 뒤 숯불에 바로 굽는다. 다른 나라에서 먹던 스테이크와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한 번쯤은 먹어 볼 만하다.
같은 도시의 다른 얼굴
숙박비가 꽤 비싼 호텔이라, 호텔에서 마주친 현지인들은 상당한 부자일 것이다. 반면 마라도나가 자란 비야 피오리토처럼, 부에노스아이레스 주변에는 참혹하다 싶을 만큼 가난한 동네도 있다. 공항 가는 길에 탄 우버가 어쩌다 합승이 되는 바람에, 다른 승객을 내려 주려고 고속도로에서 잠깐 빠져 그런 동네로 들어간 적이 있다. 포장도 안 된 길을 사람들이 막고 있었고, 빠져나오는 데 한참이 걸렸다. 겁이 날 만큼 어두운 동네였다. 뉴스로만 보던 아르헨티나의 경제 문제가 그때 피부로 느껴졌다.
다음에는 시간을 더 넉넉히 잡고 다시 와서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도시로 남았다.
기본 정보
- 브랜드
- Park Hyatt
- 주소
- Avenida Alvear 1661, C1014 AAD Buenos Aires, Argentina
- 전화
- +54 11 5171 1234
- 체크인
- 15:00
- 체크아웃
- 12:00
- 카테고리
- 7